강신욱 단국대학교 명예교수
강신욱 단국대학교 명예교수

나는 2012년 2월부터 2018년 12월까지 7년 동안 대학스포츠협의회(이하 협의회)의 집행위원장으로 봉사했다. 협의회는 이명박정부 시절인 2010년 7월에 현 유인촌장관의 주도하에 '대학스포츠총장협의회' 명칭으로 예산 전액을 문체부가 지원하는 사단법인으로 출범하였다. 초대 회장은 당시 연세대 총장인 김한중교수님이었고 집행위원장은 연세대 체육위원장이었던 동기생 조광민교수였다. 두 분은 협의회 초기에 여러 기틀을 다지고 발전의 초석을 일군 매우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셨다.

협의회의 2대 회장으로 현 단국대 이사장이신 당시 장호성총장이 봉직하셨는데 나는 대학의 체육위원장을 맡고 있던 관계로 당연직 집행위원장을 맡게 되었다. 그 때나 지금이나 협의회의 회장단은 대학 총장들이시다. 총장님들이 대학 운영하기에도 시간이 부족한 분들이라 사실 협의회에 집중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었다. 그래서 각 대학의 체육위원장과 축구나 농구 등 주요 종목의 대학연맹 회장님들을 집행위원으로 위촉하여 중요한 의제를 심의하고 결정하여 회장단에 건의하는 형식으로 의사결정 구조를 갖고 있었고 지금도 그렇다.

애초 대학스포츠협의회가 발족한 이유는 대학스포츠의 아마추어리즘과 아카데미즘을 지키고 내실화 하기 위함이었다. 초창기의 주요 사업은 축구, 농구, 배구, 야구 등의 학기중 경기를 홈앤드 어웨이 방식으로 정착시켜 선수들의 경기 수를 늘리고 학업 결손을 최소화 하는데 있었다. 물론 선수권대회와 같이 일정 지역에서 며칠 간 집중했던 대회에 익숙했던 지도자와 선수들의 초기 혼란과 불만이 컸지만 학기중 이 경기 방식이 모두에게 유익하다는 경험이 쌓이면서 이내 연착륙 되었다. 주로 이 대회 운영에 소요되는 경비 10억 원 정도를 문체부가 지원했고 이 경비 외에 직원 급료와 협의회 운영 경비를 합쳐 12억 원 정도를 초창기에 문체부는 지원했다.

그러던 중 2015년부터 교육부는 대학구조개혁평가를 시작했다. 잘 아시다시피 주로 교수 연구실적, 교수 충원율, 졸업생 취업율, 재단 전입금 비율 등을 기준으로 각 대학을 A~E 등급으로 종합 평가하여 A, B 등급 대학에는 행재정 지원을 최대화 하고 D, E 등급 대학에는 재정 지원 축소는 물론 신입생 선발 인원을 대폭 감소하는 그야말로 대학 목을 움켜쥐는 정책을 교육부는 강력 추진했다. 학령 인구가 급감하고, 교육 역량이 부족한 대학들을 정리하는 정책에 많은 대학들이 반발, 당황했지만 결국 모든 대학은 대학평가에 올인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교육부의 이 대학평가 정책으로 인해 대학운동부들이 가장 먼저 직격탄을 맞았다. 운동부에 소요되는 예산이나 행정 지원이 대학평가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대학 경영자들이 판단했기 때문이다. 흔들리지 않은 극히 일부의 대학들도 있었지만 2백여 개 대학들 중에서 운동부를 육성하고 있던 160여 개 대학들 거의가 흔들렸다. 전통적으로 유명 운동부를 육성하고 있던 유수의 대학들도 운동부 신입생 선발을 중단하기 시작했다. 대학스포츠협의회는 거의 2년 동안 교육부와 정치권에 우려와 호소를 강하게 전했지만 교육부는 막무가내였다. 대학운동부들이 곳곳에서 해체되기 시작했다. 프로스포츠 연맹으로부터 최소한의 예산 지원을 받는 축구, 농구, 야구, 배구 종목의 경우도 그랬고 소위 비인지 종목의 대학운동부들의 경우에는 여파가 컸다. 그리고 심각했다.

대학운동부가 없어지면 중고등, 초등학교 운동부는 당연히 없어진다. 선수를 수급받는 실업, 프로팀도 많이 흔들린다. 그래서 장호성회장님의 지시로 나는 문체부를 찾았다. 그야말로 수도 없이 방문했다. 협의회 사무처장도 동반했고 집행위원이었던 중앙대 최재원교수, KBS의 정재용기자, 그리고 용인대 김미정교수, 단국대 홍정호교수도 빠지지 않았다. 고사 직전에 있는 대학운동부를 지원하기 위한 신규 사업을 '설명'하기 위해서였다. 관리들 말대로 해방 이후 단 한번도 지원하지 않았던 대학운동부 지원 사업을 왜 정부가 시행해야 하는지 모이기만 하면 난상 토론을 몇시간씩 이어갔다.

이 과정에서 나는 문체부에 대한 국회의원이나 청와대 등 정치권의 도움을 전혀 요청하지 않았다. 할 수 있었고 주변 권유도 있었지만 하지 않았다. 정부 부처의 국과장, 그리고 주무관들이 헐렁한 사람들인가? 나는, 우리는 '사정'하지 않았다. '구걸'하지 않았다. 진지하게 설명하고 또 설득했다. 결과적으로 문체부는 대학운동부를 2016년부터 지원하기 시작했다. 최초 30억 원으로 출발한 지원 사업이 몇년 새 1백억 원 가까이 증가해서 집행위원장을 그만 둘 때에는 협의회 예산이 130억 원 정도로 늘어났다. 일반학생들의 스포츠활동도 크게 장려하여 종목별 동아리 대회도 활성화했다. 협의회의 예산은 현재 2백억 원 정도로 커졌다.

지금도 가끔 전국의 대학운동부 관계자들을 만나면 단비와 같은 예산지원 사업의 고마움을 서로 나눈다. 특히 신입생 충원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지방 대학의 수 많은 교수와 지도자들은 눈가를 적시면서 마음을 나눈다. 국민 혈세로 조성된 국가 예산은 바로 이렇게 진실로 필요한 곳에 투입되어야 함을 새삼 느낀다. 당연한 얘기지만 위로부터 책정되는 예산도 의미가 있겠지만 현장의 문제와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예산 지원이 훨씬 소중하다는 생각이다. 근래 대한체육회가 국회로부터 8억 원을 지원받아 스위스 로잔에 그 어느 국가도 없는 국외 협력사무소를 개설하려는 것을 보며 용도나 시기 측면에서 참으로 많은 생각이 든다.

(글 : 강신욱 단국대학교 명예교수)

※ 본 칼럼의 내용은 헬스인뉴스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저작권자 © 헬스인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