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등한 패러다임, AI
AI가 대세다. 올해 개최된 CES 2024에서도 ‘AI로 시작해 AI로 끝났다!’라고 할 정도로 거의 모든 전시 아이템에 AI는 필수였다. 국내외 이 같은 현상은 너무나 유사해 보이며, 요즘엔 만나는 사람마다 챗 GPT의 적용을 놓고 대화를 나누기도 한다. 다양한 형태의 생성형 AI들이 만드는 놀라운 변화들에 대한 감탄은 물론, AI가 열어제낀 패러다임이 과연 우리의 삶과 사회를 어떻게 바꿀지에 대한 관심은 남녀노소 불문이다.

물론, 여기서 AI 테크놀로지에 대해 더욱 딥하게 이야기하자는 것은 아니다. 사실 그럴만한 능력도 없다. 다만, AI 관련 트렌드와 핵심적 내용을 어느 정도 이해는 한 상태에서 AI를 거의 매일 사용하는 1인으로서, 최근 바람처럼 닥쳐오고 있는 이 기술이 과연 우리의 건강한 삶에 어떠한 영향을 주었으면 하는지 사용자 입장에서 논의를 하고 싶은 것이다.

우리 모두 누리고 싶은 ‘건강한 삶’을 위해, AI 기술들이 앞으로 ‘이러이러한’ 역할을 꼭 해주었으면 좋겠다는 ‘그럴듯한 상상’ 정도로 이해해 주시길 바란다. 가급적 AI의 헬스케어 측면 활용에서 그동안 미디어에서 자주 다루어지지 않은 주제를 떠올리고자 노력했다. 다양한 의미에서 ‘건강한 삶’을 영위하고 싶은 우리나라 소비자들을 UI, UX 측면에서 생각하며 마법의 AI가 만들어줄 수 있는 무언가를 비공학자 입장에서 브레인스토밍한 내용이다.

AI가 돕는 건강한 삶 첫 번째, 반려 존재
첫 번째로, AI가 우리의 건강한 삶을 위해 영향을 미칠 것 같은, 혹은 꼭 영향을 주었으면 하는 분야는 바로 반려 매체이다. 물론 CES 2024에서도 삼성과 LG는 각각 AI 로봇 혹은 컴패년으로 불리는 신무기를 소개한 바 있다. 삼성은 ‘볼리’로 불리는 AI 로봇을, LG는 ‘스마트홈 AI 에이전트’라는 아이템을 내놓았으니 말이다. ‘매체’ 혹은 ‘반려 매체’라고 부르는 방법이 합리적일지는 모르겠지만, 원래 매체란 단어의 원래 뜻이 무언가를 연결시키는 ‘매개(Media)’ 였음을 기억하면 꽤 적절하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이젠 새로울 것도 없는 걱정이지만, 최근 우리나라가 직면하고 있는 난제 중 하나는 바로 저출산 고령화라고 할 수 있다. 태어나는 아이는 갈수록 적어지는데, 보건의료 기술은 세계적 수준을 이미 넘어섰으니 당연히 우리들의 평균 수명은 늘어가고 있다. 매우 바람직한 일에 틀림은 없지만, 이 같은 제반 현상들은 사람들의 라이프스타일 또한 극적으로 변화시키고 있는 중이다. 우리나라 일인 가구의 증가는 수직적으로 상승하고 있으며, 향후 더욱 늘어날 수 있다는 예측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자녀 출산에 대한 인식의 개선과 관련 복지 체계의 보완 등은 지속적으로 고민해야 할 숙제이지만, 어쩌면 대세가 되고 있는 삶의 방식을 어느 정도 받아들인 상태에서 대책을 모색하는 것이 더욱 현실적일 수도 있다. 예를 들어 거침없이 증가하며 상당한 비율을 차지하고 있는 1인 가구의 일상에 대하여, 어떻게 하면 더 안전하고 건강하게 지켜줄 것인지에 대한 고민도 중요하다는 뜻이다.

AI의 활성화는 일정한 수준에서 답을 제시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이며, 예를 들어 AI에 의해 고도로 훈련된 반려 매개가 1인 가족의 건강을 다양한 측면에서 지원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다. 혹시라도 맞닥뜨릴 수 있는 다양한 건강 및 안전 문제에 결정적 도움이 되는 시나리오도 충분히 가능한 것이다. 예를 들어 1인 가족이 선호하는 특정한 모양의 AI 반려 존재가 일상적으로 함께 생활하게 될 경우, 해당 가구원에 대한 건강과 감정 관련 일체의 정보를 24시간 러닝하며 매우 실질적이고 유능한 반려자(?)의 역할을 담당할 수도 있겠다. 심지어 오순도순 함께 보낸 시간이 길어져 러닝한 정보가 더욱 많다면, 반려 매개는 갈수록 더 유능해질 것이고 말이다.

만약 1인 가구의 건강과 관련된 이상 정보가 멀티 모달 형태로 위급하게 감지될 경우, 자동으로 관련 기관에 도움을 청할 수도 있다. 데이터에 근거해 당연히 귀가해야 할 시간에 귀가하지 않으면, 안부를 알아서 묻거나 또 다른 누군가에게 확인하는 역할을 할 수도 있다. 혹시라도 지난 수년 동안 만나지 못했던 인간이 실내에서 감지되면, 이 또한 의심의 눈초리로 경계할 수도 있을 것이다. 물론 경우에 따라 AI는 외부 기관에 적극적인 확인을 요청할 수도 있다.

사물 인터넷과 결합되어 다양한 시너지를 일으키는 상황은, 이미 삼성과 LG에서 만든 로봇에 상당수 적용되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인 가구의 지속적 증가, 우울증 환자의 다수 발생과 무망감의 일상화, 자살률 20년째 세계 1위 등의 지표를 가진 우리나라 상황에서, AI가 적용되는 반려의 존재는 매우 중요한 활용도가 있지 않을까 예측해 본다.

최적의 건강소통 방법을 끊임없이 제안하는 AI
두 번째 떠오르는 AI의 요긴한 역할은, 최근 갈수록 중요성을 더해가고 있는 건강 소통, 즉 헬스커뮤니케이션 분야에의 참여다. 건강 및 보건 관련 정부 담당자들이 연중 수행 중인 건강소통에 있어, 최적의 방법과 콘텐츠를 만드는 데 특히 큰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해 본다. 사람들의 건강을 결정짓는 요소들은 참 많고 다양하지만, 최근 더욱 중요성을 가지게 되고 있는 영역 중 하나는 바로 소통이며 설득이다. 아무리 건강증진에 필요한 사안들이 명확하게 존재한다고 해도, 국민과 대중이 적극적으로 수용해서 행동하지 않는다면 건강한 백세시대의 실현은 요원할 것이기 때문이다.

건강과 헬스 측면에서 가장 효율적인 소통 방법을 찾는 작업은 결코 쉽지 않다. 예를 들어 지난 코로나 시기 백신 접종에 대한 과학적 팩트를 가장 빠른 시간 내 대중에게 효과적으로 전달하고 싶은 욕구는 복지부를 비롯한 다수의 정부 기관과 의료 기관에서 정확히 공통적이었다. 물론 모든 사례에서 예외 없이 통하는 묘수가 있을리야 없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때그때 사람들의 인식을 최대한 정확하게 파악해 가장 적절한 메시지와 수단으로 커뮤니케이션하는 작업은 너무나 중요한 것이다.

이 같은 측면에서 AI의 도움을 받는 것은 너무나 유용한 일이라고 믿는다. 예를 들어 “최적의 감염병 소통지원 AI시스템”을 자체적으로 개발하여 참고 자료로 활용해 보는 것도, 꽤 가성비가 있는 시도가 되겠다. 앤데믹 시기에 사람들이 감염병 관련 어떠한 감정과 의견들을 보이는지 사람들이 평소 남기는 각종 디지털 흔적들을 러닝한 다음, 다시 찾아올지 모르는 감염병 시기의 소통을 대비하는 작업도 AI로 가능한 것이다. 아래 AI의 활용 사례는 필자의 연구팀이 현재 가용한 챗 GPT 프로그램을 활용하여 가상으로 만들어 본 제작물이다.

일회성이 아니라, 다양한 빅데이터를 공급하는 과정에서 러닝도 시킬 수 있도록 만들어 본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과’에 특화된 시스템인 것이다. 이제 단순히 테크놀로지 그 자체, 즉 제목 장사에만 매력을 느껴 추상적인 이야기만 나눌 때는 아니라는 생각이다. 더욱 구체적으로, 과연 어떠한 방식에 의해 그 기술들이 우리 분야에 적용될 수 있을지 처절하게 노력해야만 한다.

건강 위험에 대비하게 만드는 생태계, 그리고 AI
세 번째는, 우리 일상 속 어디선가 스물스물 조짐이 형성되고 있는 엄중한 보건 위기를 미리 예측하고 대비할 수 있는 생태계를 만드는 데 AI가 필요해 보인다는 주장이다. 사실 AI가 본격화되기 이전에도, 빅데이터를 활용하며 특정 지역에서 독감이 유행할 것으로 예상되니 사회 전체가 대비해야 한다며 경고를 날리는 시스템은 구글 등에 의해 시도된 적이 있다. 건강을 위협하는 다양한 변수들은 분명 이전에 비해 훨씬 증가한 상황이지만, 동시에 AI로 대표되는 테크놀로지 또한 월등하게 진보한 환경에서 더욱 차원 높은 경고 시스템과 대비 체계가 만들어질 수도 있지 않을까 예상해 본다.

예를 들어보자. 이제 어느 정도 진정은 되었지만, 여전히 강력한 타격감으로 기억되고 있는 사안이 바로 코로나이다. 말 그대로 초유의 일이었으며, 전쟁을 겪으신 어르신들 또한 이렇게 힘든 적은 처음이었다고 말씀하실 정도로 괴로웠다. 중국에서 비롯되었다는 소식을 전해 듣고, 설마 우리에게도 이런 일이 일어날까 희망 회로를 돌리던 사람들도 확진자의 숫자를 보며 망연자실했던 것이다. 다행히 이제 공식적인 앤데믹과 함께 일상으로 돌아온 상태이지만, 다수의 전문가들은 결코 감염병 위기가 온전히 끝났다고 볼 수는 없다고 경고하고 있는 중이다.

이 같은 환경에서, 어쩌면 우리 대중에게 너무나 중요한 준비 중 하나는 미리 조짐을 파악할 수 있는 무언가를 고안하는 작업이 아닐까 싶다. 어떠한 신호일지는 모르겠지만, 특정한 조짐과 싸인을 정확하게 파악해서 곧 다가올 미래를 어느 정도 대비할 수만 있다면 좋겠다는 뜻이다. 사실 본격적인 AI 시대 이전부터, 우리나라에도 비슷한 시스템은 이미 시행된 바 있다. 미세먼지는 우리의 건강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는 존재이지만, 우리는 일상적으로 “오늘의 미세먼지 상태는~” 으로 시작되는 안내를 거의 매일 받고 있다. 비록 완벽하지는 않겠지만, 해당 정보와 함께 어느 정도 대비도 할 수 있고, 각자의 건강을 위해 개인 마스크도 준비하며, 웬만하면 외출을 삼가는 등 최대한 건강을 지키려 노력할 수 있는 것이다.

다양한 과학적 측면의 변화 혹은 사람들 간 이동의 추이, 혹은 세계 어느 지역에서 특정 현상이 반복되는 사항 등을 AI가 파악한 후 관련 정보를 근거로 일정한 수준의 경고를 날릴 수 있는 시스템은, IT 강국인 우리나라에서 특히 현실성이 있어 보이기도 한다.

AI의 본격화는 이미 가시화된 상태이지만, 건강증진 등 개별적인 특화 영역에서 과연 어떠한 양상과 목적으로 ‘구체적으로’ 적용될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은 이제 시작이 아닐까 싶다. 더욱 딥하게, 더욱 실질적으로 고민이 필요한 때라는 생각이다.

(글 : 유현재 서강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매스컴학 박사, 보건정책 석사, HOWs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