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느 때보다 빨리 찾아온 무더위에 샌들, 슬리퍼와 같은 ‘여름 신발’이 인기를 끌고 있다. 발가락을 드러내 시원하게 스타일링을 할 수 있으며 갑작스러운 소나기에 신발이 젖어도 금방 건조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원하고 멋스러운 신발만 찾다가 발 건강이 악화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무지외반증은 신발의 영향을 많이 받는 대표적인 족부질환이다.

무지외반증이란 무지, 즉 엄지발가락이 새끼발가락 쪽으로 휘어지면서 발가락 아래 관절 부분의 뼈가 돌출되고 통증이 발생하는 질환이다. 다양한 원인에 의해 발생하지만 주로 발 볼에 비해 폭이 좁거나 굽이 높은 신발을 즐겨 신을 때 생기는 경우가 많다. 하이힐을 즐겨 신는 여성, 키높이깔창 등을 자주 사용하는 남성, 유독 발 볼이 넓은 사람 등은 무지외반증에 취약하다.

무지외반증이 생기면 발가락 아래 돌출된 부위가 신발에 지속적으로 마찰되면서 통증, 궤양 등이 나타나게 된다. 여름 샌들이나 슬리퍼는 신축성이 부족한 가죽 소재를 사용하는 경우가 많은데 빳빳한 소재가 돌출 부위를 감싸는 경우가 많아 돌출 부위에 많은 압박이 가해진다. 이러한 신발은 밑창의 쿠션이 부족해 걸을 때의 충격이 발가락에 고스란히 집중되므로 무지외반증을 더욱 악화시킬 수 있다.

처음에는 통증이 심하지 않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발가락 관절의 변형이 더욱 심해져 걷기 힘들 정도로 강한 통증이 나타나게 된다. 통증 때문에 자기도 모르게 보행 자세가 흐트러지고 그로 인해 발목과 무릎, 척추 등 전신의 균형이 망가지게 되기 때문에 가급적 발생 초기에 적극적으로 치료해야 한다.

무지외반증은 발생 초기라면 발 볼이 넓고 편한 신발을 사용하고 교정용 깔창이나 보조기 등을 이용해 발이 더 이상 변형되지 않도록 예방하며 관리하면 금방 개선된다. 하지만 변형된 발가락의 모양을 되찾기 위해서는 수술이 필요하다. 발가락의 휘어진 정도와 주요 증상 등을 고려해 비수술치료나 수술치료 중 적절한 방법을 선택해야 한다.

엄지발가락의 변형이 육안으로 뚜렷이 관찰될 정도로 증상이 심함에도 불구하고 수술에 대한 두려움에 병원을 찾지 않는 환자가 많다. 하지만 무지외반증은 자연적으로 치유하기 어려운 질환이며 시간이 갈수록 상태가 더욱 나빠질 뿐이다. 수술이 두렵다는 이유로 무작정 치료를 미루면 발 조직이 심하게 손상될 수 있으므로 치료 시기를 놓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다.

한편, 무지외반증을 예방하고 싶다면 굽이 높고 밑창이 딱딱하며 발 볼이 좁은 신발의 착용은 피해야 한다. 직업상 어쩔 수 없이 이러한 신발을 자주 신어야 한다면 가급적 자주 신발을 벗고 휴식을 취하며 발가락 마사지나 스트레칭을 꾸준히 해주는 것이 좋다.

(글 : 일산 든든한병원 권순억 원장(정형외과 전문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