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가정의학과의원 이상훈 원장
삼성가정의학과의원 이상훈 원장

마하트마 간디, 아돌프 히틀러, 베니토 무솔리니, 스탈린. 한 시대를 뒤흔든 인물들이다. 마하트마 간디는 비폭력 비복종 운동으로, 히틀러와 무솔리니는 세계 2차대전 전쟁범죄로, 스탈린은 소련의 독재자로 역사에 기록되고 있다. 그런데 이들에게는 뜻밖의 공통점이 있다. 노벨평화상 후보였다는 점이다. 그러나 수상은 하지 못했다.

히틀러, 무솔리니, 스탈린이 평화상 후보가 된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이와 함께 간디(1869~1948년)가 네 차례나 노벨평화상 후보에 올랐으나 수상하지 못한 것도 씁쓸한 여운이 남는다. 간디는 우리나라에 관심을 보인 평화주의자이기에 더욱 그렇다.

인촌 김성수가 20세기 비폭력의 상징인 간디에게 조선독립에 대해 자문을 구했다. 동아일보 사장이던 김성수는 1926년 10월 12일 간디에게 편지로 ‘조선을 위한 고언(苦言)’을 청했다.

“경애하는 간디 선생님(Dear Mr. Gandhi),--- --- 중요한 전환점에 선 조선을 위해 새로운 일들을 시작하려는 우리가 추구해야 할 가치에 대해 선지자(先知者) 당신의 고언(苦言)을 구합니다.”

이에 대해 간디는 “절대적으로 참되고 무저항적 수단으로 조선이 조선의 것이 되기를 바란다”고 답장했다. 조선독립을 응원하는 메시지였다. 신문을 통해 공개적으로 우리나라 독립을 성원한 간디는 인도인의 정신적 지도자였다. 그의 이름자인 마하트마(Mahatma)는 시인 타고르가 지었는데, ‘위대한 영혼’을 의미한다.

비폭력, 무저항주의로 인류사에 큰 족적을 남긴 간디는 부유한 상인계급의 아들로 태어났다. 19세에 영국으로 유학한 그는 변호사가 돼 귀국했다. 현실에 눈을 뜬 그는 인도국민회의를 결성하고, 인두세 반대 투쟁도 했다. 남아프리카에서도 20여 년 머물면서 인권옹호 노력을 줄기차게 했다.

1차대전 직후에는 인도인에게 강압 정책을 펼치는 영국에 대해 지속적인 투쟁을 계속했다. 반영(反英) 운동의 방법은 비폭력 무저항주의, 영국 제품 불매 운동, 물레의 장려 등이다. 그는 다양한 종교도 품었다. 그의 기도문 문구에는 힌두교, 이슬람교, 기독교, 불교의 성전이 인용됐다.

간디의 핵심사상은 비폭력에 의한 무저항주의이다. 그는 폭력은 폭력을 부른다고 생각했다. 그렇기에 사랑과 신뢰를 바탕으로 한 비폭력으로 목적을 이뤄야 한다고 믿었고, 이를 전파했다. 이는 인간의 존엄성을 이루는 영력(靈力)과 애력(愛力)을 높이는 투쟁이기도 했다.

아힘사(Ahimsa)로 불리는 비폭력주의로 세상에 뜻깊은 메시지를 전한 간디는 채식주의자이기도 했다. 간디에게 비폭력은 채식과 일맥상통했다. 간디는 비폭력 저항 실현을 위해 채식을 했고, 또 아예 곡기를 끊기도 했다. 그는 평생 17차례의 단식을 했는데, 기간은 평균 8일이었다.

인도인이 많이 믿고 간디가 영향받은 종교가 힌두교와 자이나교다. 이 종교들에는 아힘사(不殺生)라는 육식을 금하는 비폭력 신앙이 있다. 고기를 섭취하려면 동물을 죽여야 한다. 살생과 육식은 나쁜 카르마(業)을 생성하는 것으로 믿는다. 힌두교도가 많은 인도가 다른 나라에 비해 채식주의 비율이 월등히 높은 이유다.

간디의 어린 시절에는 종교적 영향과 가난으로 인도인의 삶은 채식 위주였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영국을 이기기 위해 고기를 먹고, 체력을 키워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간디는 친구의 권유에 염소고기를 먹기 시작했다. 고기의 맛에 사로잡힌 그는 1년 동안 육식 식당을 찾았다. 그러나 어머니의 걱정을 들은 후에는 고기의 유혹을 이겨냈다.

영국 유학을 떠날 때는 어머니에게 고기와 술을 입에 대지 않고, 영국 여성과 잠자리를 하지 않겠다는 맹세도 했다. 그는 ‘채식주의자를 위한 호소’라는 책을 읽은 뒤 채식 철학을 더욱 확고히 했다. 그때까지 마음속에 조금 남아있던 체력을 키워 영국인을 인도에서 몰아내겠다는 생각을 접었다. 대신 채식으로 마음을 정화해 비폭력 항쟁으로 뜻을 이루겠다고 다짐했다.

간디는 맑은 영혼의 원천을 채식으로도 생각했다. 그나마 많이 먹지도 않았다. 음식을 그저 생존의 방법으로만 여겼다. 음식을 먹는 즐거움을 아예 잊었다. 그는 채식이 성적 충동을 줄인다고 믿었다. 간디는 16세 때 아버지를 여의었다. 그런데 임종을 지키지 못했다. 아내와 잠자리에 있었기 때문이다. 이에 죄책감을 느낀 간디는 성적 쾌락도 멀리했다. 영혼의 맑음을 추구하는 그에게 육식, 성적 욕망을 멀리하는 훌륭한 대안이 채식이었다.

그의 식단은 모두 채소와 곡류, 과일이었다. 불로 익힌 음식, 커피와 같은 자극성 있는 기호식품도 피했다. 향신료도 음식에 넣지 않았다. 채식은 흔히 3단계로 나뉜다. 1단계는 고기만을 먹지 않는 것이다. 생선, 달걀, 우유는 섭취한다. 2단계는 고기와 생선은 안 되지만 우유와 달걀은 먹는다. 3단계는 육류, 생선, 달걀, 우유 등 동물성 음식은 모두 허용되지 않는다. 간디는 최고 수준인 3단계의 채식을 했다. 병석에 눕거나 영양실조 때 우유를 마시는 게 유일한 육식이었다.

그래서인지 간디의 사진은 말라 있다. 건강 측면에서 지나친 채식은 권장 사항이 아니다. 채식에는 당뇨 같은 성인병이나 심혈관질환, 대장암 등을 억제하고, 신체를 건강하게 하는 식이섬유와 항산화제 성분이 풍부하다. 동물 학대를 방지하고 지구 환경을 지키는 데도 도움이 될 것이다. 그러나 단백질, 칼슘, 철분 등 영양분이 부족할 수가 있다. 극단적인 채식은 영양 불균형을 초래할 수 있고, 빈혈이나 골다공증 등을 유발할 수 있다. 특히 신장기능이 좋지 않은 당뇨 환자의 경우 오히려 더 위험할 수 있다. 건강한 삶을 위한 식탁, 그것은 식물성과 동물성 식단의 적절한 조화에 있다.

(글 : 삼성가정의학과의원 이상훈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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