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현재 서강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매스컴학 박사, 보건정책 석사)
유현재 서강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매스컴학 박사, 보건정책 석사)

최근 들어 미디어를 통해 유통되는 콘텐츠의 건강 유해성 관련 논쟁이 더욱 커지고 있다. 얼마 전 SNS를 활용한 라이브 방송에 자신의 자살장면을 내보내며 생을 마감했던 ‘SNS 생중계’ 사건에 대하여, 도대체 누구에게 책임을 묻고 재발을 방지할 것인가에 대한 논의도 진행 중이다.

유튜브 등 스트리밍 기반의 플랫폼에 등장하는 각종 건강 유해 콘텐츠들도 항상 논쟁의 중심에 있다. 과도한 음주와 흡연은 물론 위험한 약물에 대한 사용을 유발할 가능성이 높아 보이는 콘텐츠도 상당수라는 지적과 함께, 이로 인해 귀결되는 건강권 침해에 대해 누구 혹은 어디에 책임을 물어야 하는지에 대한 주장도 다양한 것이다.

결국 위 이슈들을 토론하고 나름의 해결책을 모색하는 과정에서 가장 날카로운 지점 중 하나는 “표현의 자유를 보호하는 것, 그리고 특정 콘텐츠에 의해 피해를 입을 수 있는 누군가의 건강권을 보호하는 것 중 어느 쪽이 더 중요한가?”에 대한 결단이 아닐까 싶다.

표현의 자유는 전통적으로 ‘언론의 자유’에 대한 중요성을 강조하기 위해 사용되는 컨셉이었다. 하지만 이는 미디어가 극단적으로 ‘개인화’ 되기 이전 상황에서 통용되던 일반적인 정의 방식이란 생각이다. 미디어를 통해 무언가를 표현하기 위해서는 집단이나 그룹, 혹은 기관 등이 일정 부분 필요했기에, 당연히 ‘표현’을 하고 ‘표현의 자유’를 말할 수 있는 주체는 개인이 아닌 언론사가 대부분이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현재 우리가 경험하고 있는 디지털 문화에서는 수많은 개인이 표현의 자유를 자주 말할 수 있는 인프라와 문화가 마련되어 있다. 물론 시간과 상황 등 모든 환경의 변화와는 상관없이 ‘표현의 자유’라는 가치는 그 말 자체로 여전히 숭고한 개념이고 말이다. 하지만, 표현의 자유라는 개념의 주체와 범위가 극도로 넓어지는 과정에서 역설적으로 그 가치에 의해 또 다른 중요한 가치들이 침해를 받는 난감한 상황도 매우 빈번하게 관찰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표현의 자유에 근거하여 생산한 콘텐츠가, 불특정 누군가의 건강권을 위협하는 경우인 것이다.

얼마 전, 인터넷과 온라인에서 유통되는 콘텐츠의 정당성을 판단하고 조치를 취하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 통신심의소위원회는 자살 생중계 사건에 연루된 것으로 파악된 한 커뮤니티에 대해 폐쇄명령을 포함한 그 어떤 강제적 조치도 내리지 않기로 결정했다. SNS를 통한 자살 생중계라는 사상 초유의 상황에서 당사자와 연관된 일부 인물들이 해당 커뮤니티에서 활동하는 등 연루 사실을 확인하고 경찰이 게시판 폐쇄를 요청했지만, 극도의 심각성에도 불구하고 강제적 명령을 내리지는 않은 것이다. 소위원회 위원 5명 중 4명이 게시판의 성격과 표현의 자유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사업자 자율규제 강화’로 결론을 내렸다고 전해졌다. 물론 권고 사항에 대한 강제성은 전혀 없다.

이번 결정에서 안타깝게 보이는 지점은, 위원회의 최종 판단에 해당 커뮤니티가 고의적 자해 (자살) 라는 개인에게 발생하는 최악의 건강결과를 실행하는 과정에 어느 정도 기여했는지 철저하게 따져봤는지에 대한 의문이다. 이번 결정의 배경에도 표현의 자유는 어김없이 언급되었지만, 과연 너무나도 확장된 그 ‘표현의 자유’라는 개념 때문에 또 하나의 소중한 가치인 건강할 권리가 무시된 것은 아닌지 고민이 적지 않아 보인다.

약간은 결이 다르고 해법에 대한 부분도 좀 더 어려워 보이지만, 유튜브를 포함해서 주요 포털에서 쏟아지고 있는 건강 유해요소 이슈 또한 심각한 수준이다. 지금 당장 관련 키워드로 검색만 해봐도, 유튜브에는 너무나 다양한 형태의 흡연 유발 콘텐츠가 유통 중이다. 물론 나이 제한 등 시청자 관련 안내를 밝히는 콘텐츠도 있고, 아예 연령 확인이 없으면 플레이가 안되는 사이트도 있다. 하지만 상당수의 콘텐츠는 클릭과 동시에 곧바로 모든 사용자에게 노출되는 것이 엄연한 현실이다. 각종 전자담배 등을 극적으로 시연하며 제품별 특성에 대해 자유롭게 토크를 나누기도 하고, 판매처에 대한 정보를 대놓고 제공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컴퓨터 작업할 때 특히 좋다든가, 특정 모임에 딱 이라든가 등 아이템 별 맞는 TPO를 알려주기도 한다. 일련의 콘텐츠들은 최근 담배회사가 주력으로 유통 중인 전자 담배 등 신종담배에 집중되고 있는 모습이며, 청소년 계층이 이 같은 콘텐츠에 노출될 경우 담배를 그저 트렌디한 ‘문화’로 수용할 가능성도 높아 보인다.

물론 유튜브에는 위 언급한 담배 관련 영상뿐 아니라, 일일이 언급하기도 어려울 만큼 다양한 종류의 건강 유해 콘텐츠들이 소비자들에게 노출되고 있다. 명백하게 위법의 소지가 발견되는 부분도 존재하고 말이다. 주로 정치권에서 설왕설래하는 ‘가짜뉴스’ 또한, 실제로는 건강과 관련된 유튜브 영상에서 훨씬 많은 심각한 사례들이 발견되는 것도 정확한 현실이다. 과학적으로 검증되지 않은 카더라 수준의 건강정보는 물론, 상업적 목적을 가지고 일부러 왜곡하거나 과장해서 만든 콘텐츠도 수백수천으로 판단된다.

다시 한번, 위와 같은 상황에 대한 해결책을 논할 때 중요한 걸림돌(?)이 되는 이슈는 표현의 자유이며, 또 하나 꼽자면 디지털 플랫폼이 가진 한계성이지 싶다. 자신들은 플랫폼일 뿐이라 말하며 온전한 책임을 요구하는 것은 불합리하다는 업자들이 있는 것이다. 건강 유해성이라는 중요한 명분이 존재하지만, 그렇다고 1초에도 수많은 콘텐츠들이 양산되는 현실에서 플랫폼들이 과연 얼마나 효과적으로 유해 콘텐츠에 대한 제한 장치를 마련할 수 있을지 의문이기도 한 것이다. 더불어, 유튜브 등 주요 플랫폼이 해외 사업자인 환경에서 특정 콘텐츠가 대중의 건강에 유해하다고 판단하고 정부가 항의를 해도 돌아오는 답은 크게 명쾌하지 않았던 기억도 또렷하다. 해당 사안에 대해 글로벌 기준을 적용하여 조치하고 있으며, 시스템적 개선을 위해 더욱 노력하고 있다는 반응 외 뾰족한 방안은 없었던 것이다. 천문학적 수익을 올리고 있는 플랫폼 기업으로서 개별 콘텐츠에 대해 온전한 책임을 지려는 의지도 보이지 않았고 말이다.

곱씹어볼수록 참으로 어려운 문제 같지만, 그래서 정확한 해결책에 대해 쉽게 이야기할 수야 없겠지만, 일부 콘텐츠가 대중의 건강에 명백히 유해한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는 사실과 반드시 효과적 조치가 있어야 한다는 합의라도 한 채 디테일을 고민하기 시작했으면 좋겠다. 더 이상 그저 피하지 않고 말이다. 아마도 우리나라의 특성상 일단 정부 기관이 논의의 시작과 진행을 담당해야 할 것으로 판단되며, 어느 정도의 논의가 이루어진 다음에는 대중에 대한 본격적 설명과 설득, 합리적인 합의 과정 및 실행 등 다양한 변수가 배려되는 의사 결정 단계가 마련되기를 희망해 본다. 이쪽이든 저쪽이든, 정답은 항상 중간 어딘 가에 있을 것이라는 아주 겸손한 마음으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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