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서울병원 신경과 홍승봉 교수(대한뇌전증센터학회 회장)
삼성서울병원 신경과 홍승봉 교수(대한뇌전증센터학회 회장)

뇌전증 수술은 약물로 치료할 수 없는 난치성 뇌전증 환자들에게 가장 효과적인 치료법이다. 뇌전증 수술은 뇌전증이 발생하는 뇌부위를 찾아서 수술로 제거하는 기술이다. 수술 성공률은 당연히 뇌전증병소를 얼마나 정확하게 찾는지에 달려있다.

한국에서 뇌전증 수술을 담당하고 있는 신경과, 소아신경과, 신경외과 전문의들의 수는 매우 적다. 게다가 정년으로 1세대 최고 뇌전증 수술 전문가들이 줄줄이 퇴진하고 있다. 엉청난 진료 공백이 예상되고 뇌전증 수술 도 큰 타격을 받게 된다.

흉부외과, 소아과와 마찬가지로 뇌전증 수술 전문 의사들도 정부가 보호하고 육성해야할 필수 의료 대상이다. 국내에 뇌전증 수술이 필요한 환자 수는 약 2만명이나 되지만 1년 뇌전증 수술 건수는 150여건에 불과하다. 약물 난치성 뇌전증 환자의 돌연사 위험율은 10배 이상 높아서 하루에 1명씩 돌연사로 세상을 떠나고 있다. 난치성 뇌전증 환자들에게 뇌전증 수술은 선택이 아니고 필수이다.

국내 일부 뇌전증 수술 전문 의사들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미국과 한국의 뇌전증 수술은 그 간극이 점점 더 벌어지고 있다. 지난 주 금요일에 개최된 대한뇌전증학회 국제 학술대회에서 미국 조지아 대학병원의 박용덕교수와 Orlando어린이병원 뇌전증센터의 이기형소장은 꿈같은 강의를 하였다. 뇌 내시경 SEEG 수술로 (두개골에 1mm 작은 구명을 뚫고 0.8mm 가는 전극을 삽입하여 뇌전증병소를 찾는 수술) 뇌전증병소를 찾은 후 뇌 내시경 레이저장비(한국에 없음)로 뇌전증병소를 제거한다. 수술을 실패할 경우에는 SEEG 수술과 레이저시술을 다시 한다. 이와 같은 치료를 2-3회 반복하면서 난공불락의 난치성 뇌전증을 완치시킨다.

뇌전증병소가 2-3개 이상 되는 경우(한국에서는 수술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함)에도 내시경 레이저 수술로 1-2개 뇌전증병소를 제거하고 나머지는 RNS 신경자극기 (뇌전증병소에 전극을 삽입하여 뇌전증 발생시 바로 중지시키는 치료기: 한국에 없음)로 치료한다. 이제 미국의 뇌전증 치료기술은 모든 종류의 뇌전증을 치료할 수 있을 정도로 발전하였다.

각종 난치성 암 수술 등 모든 수술이 한국에서 가능하다. 하지만 뇌전증 수술은 그렇지 않다. 한국에서는 SEEG 수술도 2회 이상 시행하기가 어렵다. SEEG 수술에 필요한 로봇 수술료는 500 - 750만원인데 비급여로 환자가 모두 부담해야 한다. 한국에서는 돈이 없으면 뇌전증 로봇수술을 받지 못한다. SEEG 로봇 수술은 2021년 4월부터 시행하고 있지만 아직도 비급여이다. 필수 중에 필수인 뇌전증 로봇수술이 비급여인데 어떻게 수술을 할 수 있겠는지 보험공단에 묻고 싶다. 더욱이 내시경 레이저 수술장비와 RNS 신경자극기는 한국에 도입되지 않았다. 모두 미국 회사들인데 미국, 캐나다와 유럽에는 판매하지만 한국에는 판매하지 않겠다고 한다.

한국에서 받을 수 없는 수술은 뇌전증 레이저수술과 RNS 신경자극술 밖에 없다. 레이저 뇌전증 수술과 RNS 신경자극술은 뇌전증 환자들의 생명을 구하는 필수의료기술이다. 난치성 뇌전증 환자의 생명을 구하기 위하여 보건복지부와 외교부가 함께 움직여야 하고, 대한뇌전증학회도 노력해야 한다. 또 전국적으로 극소수인 뇌전증 수술 전문가들이 정년 후에도 난치성 뇌전증 환자들을 진료를 할 수 있는 환경이 빨리 조성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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