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산헤르쯔동물병원 박상준 수의사
금산헤르쯔동물병원 박상준 수의사

반려동물이 딱 한 마디의 말만 할 수 있다면 어떤 말이 듣고 싶은지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를 본 적이 있다. 많은 답변 중 가장 인상 깊은 답변은 “아파”였다. 강아지, 고양이는 말을 할 수가 없기에 보호자는 겉으로 드러나는 증상으로만 질병을 알아차린다. 특히 ‘담낭점액종(Gallbladder mucocele)’은 증상이 거의 보이지 않고 겉으로 증상이 나타났을 때에는 병이 이미 많이 발전한 상태인 경우가 많다. 또 노령의 아이들에게 많이 발병하기 때문에 몇 보호자는 단순 노화 증상으로 생각하고 지나치기도 한다.

담낭은 간에서 생성하는 담즙(쓸개즙)을 저장하는 기관이다. 담즙은 담관을 통해 십이지장으로 분비되며 주로 지방을 소화하는 역할을 한다. 정상적인 담즙은 약간의 점성을 가지고 있다. 담낭점액종은 담즙이 고체에 가까운 형태로 변하면서 담낭 내에 쌓이는 질환이다. 담낭점액종의 무서운 점은 담낭 내부에 쌓이는 슬러지로 인해 담낭이 확장되고 담낭벽이 얇아지면서 담낭 파열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담낭이 파열되면 복강 내로 소화액이 누출되는데 이는 심각한 복막염과 패혈증, 간외담관폐색 등을 유발할 수 있다.

담낭점액종을 앓고 있는 반려동물 증 25%는 증상이 눈에 보이지 않는다. 굳이 증상을 말하자면 식욕 부진, 소화 불량 등이 전부이다. 담낭 확장이 심해져야 황달, 구토, 설사 등의 증상이 나타나며 짧으면 5일에서 수 개월까지 지속된다. 그렇다면 담낭점액종을 어떻게 확인할 수 있을까? 가장 좋은 방법은 정기적인 건강검진을 통해 담낭의 상태를 확인하는 것이다. 담낭점액종 진단 시 가장 중요한 검사는 복부 초음파 검사이다. 정상적인 담낭은 초음파 검사상 균일한 검은색으로 나타난다. 하지만 담낭점액종이 있는 아이들은 담낭 내 슬러지로 인해 흰색과 회색을 띠고 담낭의 모양이 별 또는 키위 모양으로 보인다. 검진 후에는 담관 폐색 여부, 담낭염, 담석 등을 추가로 확인한다.

슬러지의 양이 적고 담낭 파열이 의심되지 않는 경우, 내과적인 치료를 진행해 볼 수 있지만 개선되는 경우가 드물다. 따라서 담낭점액종이 발병한 아이들은 대부분 담낭 제거 수술을 진행한다. 담낭제거수술은 담낭만 딱 제거하면 되는 간단한 수술처럼 보이지만 수술 부위가 깊고 약해져 있는 담낭을 수술할 때에는 담낭 파열이나 큰 출혈이 발생할 수 있다. 따라서 반드시 경험과 노하우가 많은 전문 수의사가 있는 동물병원을 선택하는 것도 중요하다.

아무 증상이 없던 반려견, 반려묘가 우연히 발견된 질환에 의해 큰 수술을 해야 한다면 당연히 망설여질 것이다. 이를 권하는 수의사 또한 마음이 가볍지만은 않다. 하지만 수술을 하지 않아 발생하는 2차 질환을 생각하면 냉정하게 보호자에게 말할 수밖에 없다.

담낭절제술을 해야 한다는 말을 하면 대부분의 보호자들은 담낭 없이 일상생활이 가능할지에 대해 걱정한다. 담낭은 단순히 담즙을 보관하는 역할만 한다. 실질적으로 담즙이 만들어지는 기관은 간이고 간에서 십지지장으로 이동하는 담관은 남아 있기 때문에 문제가 되지 않는다. 다만 수술 후 일시적인 소화 장애나 설사 등의 증상은 보일 수 있다. 따라서 수술 후 지나치게 많은 양을 먹거나 지방이 많은 음식은 피하는 것이 좋다.

증상이 나타났을 때 병원에 내원한 아이들 중 담낭 파열, 담낭벽 괴사 등으로 이어진 경우가 생각보다 많다. 이 경우 파열되지 않은 담낭을 가진 아이들보다 사망 확률이 높아진다. 수의사로써 보호자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은 반드시 정기적인 건강검진을 받기를 바란다. 담낭점액종처럼 건강검진을 진행해야만 발견할 수 있는 질환이 매우 많기 때문이다. 모든 질환은 조금이라도 빨리 치료해 주는 것이 예후도 좋다는 것도 반드시 명심하기를 바란다.

(글 : 금산헤르쯔동물병원 박상준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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