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루동물병원 이범로 수의사
다루동물병원 이범로 수의사

반려동물의 구강 질환은 겉으로 증상이 잘 보이지 않는다. 게다가 강아지, 고양이는 아픈 것을 숨기는 특성이 있어 보호자가 질병을 발견했을 때에는 이미 질환이 많이 진행된 상태인 경우가 많다. 구강 질환은 반려견보다 반려묘에게 많이 발생한다. 고양이의 치아는 강아지보다 작고 범랑질이 약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동물병원에 치과 질환으로 내원하는 동물 중 70%는 고양이이다. 그중 50% 이상이 치과 질환을 가지고 있다.

고양이의 대표적인 구강 질환으로는 구내염(Feline stomatitis), 치아흡수병변(FORL; Feline Odontoclastic Resorption Lesion)이 있다. 구내염은 혀, 목구멍, 볼안쪽, 입천장 등에 염증과 궤양이 생기는 질병이다. 보통 면역력 저하로 인한 감염에 의해 발생한다. 길을 걷다 보면 길고양이들의 입가가 침으로 흥건한 모습을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오랜 바깥 생활로 인해 면역력이 많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구내염이 온 고양이들은 통증으로 인해 침을 흘리고 씹거나 삼키는 것이 힘들어 식욕 저하, 체중 저하, 영양 실조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치아흡수병변은 치아의 뿌리가 녹아 잇몸에 흡수되어 점점 소실되는 질환이다. 치아흡수성병변이 있는 고양이들은 치아 엑스레이 촬영을 했을 때 정상적인 치아와 확실한 차이가 있다. 영구치 성장을 방해하는 상아질 파괴 세포에 의해 치아 중간중간 불규칙한 구멍이 있으며 심한 경우, 치아가 껍데기만 남아 있는 것처럼 보인다.

두 가지 질환 모두 심하지 않으면 스케일링, 내복약 등의 가벼운 치료를 진행해 볼 수 있다. 하지만 염증과 병변이 많이 악화되고 통증이 심한 상태라면 전발치를 권장한다. 반려묘의 치아를 모두 제거하는 것에 거부감을 느끼는 보호자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근본적인 원인인 치아를 발치하지 않고 방치할 경우, 반려묘는 더 심한 통증과 염증으로 인해 삶의 질이 많이 하락할 것이다.

구강 질환은 치료를 완벽하게 진행하더라도 20~40% 정도 확률로 재발할 수 있다. 따라서 치료를 마치더라도 보호자는 계속 구강 관리에 신경 써 주어야 한다. 고양이 뿐만 아니라 강아지 치과 질환의 시초는 치태이다. 치태란, 치아 표면에 달라 붙어 생기는 끈끈하고 투명한 막으로 플라크라고도 불린다. 치태는 충분한 칫솔질로도 제거가 되기 때문에 평소 양치질을 잘 해 주어야 한다. 양치질을 해 줄 때 거부감 없이 칫솔질을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치아 표면 외에 치아와 잇몸 틈인 치은열구를 꼼꼼히 닦아 주어야 한다. 그 부분에 음식물이 잘 끼이는데 잘 닦아 주지 않을 경우, 치태가 침과 만나 딱딱하게 굳어 치석이 되기 때문이다. 치석은 일반 양치질로 제거가 힘들다. 따라서 동물병원에서 스케일링을 통해 제거해야 한다. 시중에 파는 스케일러로 보호자가 직접 제거하면 잇몸에 상처를 내 더 큰 질병으로 번질 수 있으니 스케일링은 반드시 동물병원에서 진행해 주기를 바란다.

구강 질환은 반려동물 삶의 질에 많은 영향을 끼치기 때문에 치료에 대해 가장 많이 고민하고 정성을 들이는 질환 중 하나다. 앞서 말한 구강 건강 관리 방법을 숙지하고 구강 질환 증상이 보일 시 반드시 동물병원에 내원해 초기에 치료하기를 당부한다.

(글: 다루동물병원 이범로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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