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천우리병원 외과 최현호 과장(외과 전문의)
부천우리병원 외과 최현호 과장(외과 전문의)

치질은 항문에 생기는 모든 질환을 의미하며 치핵, 치루, 치열 등을 총칭한다. 직립보행을 하는 인간은 그 특성 탓에 치질에 취약할 수밖에 없는데, 특히 우리나라 사람들은 치질 유병률이 상당히 높은 편이다. 어릴 때에는 학업 때문에, 커서는 일 때문에 자리에 앉아 있는 시간이 길어 항문에 많은 압력이 가해지기 때문이다. 잦은 음주와 화장실에 오래 앉아 있는 습관, 변비 등도 치핵과 같은 치질을 악화시킬 수 있다.

치질은 크게 치핵과 치열, 치루 등으로 구분할 수 있다. 치핵은 치핵 조직이 부풀어 오른 상태로, 항문과 직장에 있는 조직이 부풀어 항문 밖으로 밀려나오는 내치핵과 아예 항문 외부의 치핵 조직이 부풀어 덩어리처럼 느껴지는 외치핵으로 구분된다. 여성들은 치핵에 매우 취약한데, 임신과 출산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치핵이 생기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출산 후 치핵이 다소 나아지기는 하지만 나이가 들면 다시 악화되어 치료가 필요한 경우가 많다.

1~2도의 가벼운 치핵은 수술이 아닌 생활 습관의 개선이나 좌욕 등을 통해 충분히 개선할 수 있지만 조직이 밀려나와 자연적으로 들어가지 않는 3단계 이상부터는 수술이 불가피하다. 수술을 하지 않고 방치하면 지속적인 출혈과 통증 때문에 일상생활에 많은 불편함이 생기기 때문에 치료 시기를 놓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치열은 단단한 변 등으로 인해 항문 조직에 상처가 나서 출혈이 생기는 상태를 말한다. 어쩌다가 한두 번 상처가 나는 것은 변을 무르게 만들어주는 약물을 복용하고 연고 등을 이용하여 상처를 관리하면 금방 낫는다. 하지만 반복된 치열로 만성화 되면 보존적 치료의 효과가 없기 때문에 수술이 필요하다.

치루는 치핵과 달리 여성보다 남성에게 더 많이 생기는 항문질환이다. 항문 주변에 농양이 생기거나 염증이 생겼을 때 이를 제대로 치료하지 않으면 염증의 만성화 때문에 항문선 안쪽과 항문 바깥쪽 피부 사이에 터널이 생겨 분비물이 지속되는데 이러한 상태를 치루라고 한다. 치핵이나 치열은 초기라면 비수술치료가 가능하나 치루는 무조건 수술을 진행해야만 치료할 수 있다.

이러한 치질은 그 증상이 서로 유사하여 혼동하기 쉬우나 직장수지검사 등을 시행하면 쉽게 진단할 수 있다. 진행 상태를 고려해 비수술 혹은 수술치료를 진행하는데 항문질환의 특성상, 발병 초기에 병원을 찾는 환자가 드물어 수술이 필요한 경우가 많다. 오래된 치질은 그만큼 주변 조직이 많이 손상되어 있어 매우 섬세한 수술이 필요하기 때문에 경험이 많은 외과 전문의의 집도를 통해 조심스럽게 병소를 제거해야 한다.

한 번 치질이 발생했던 사람은 아무리 수술이 성공적으로 잘 진행되었다 하더라도 생활습관을 제대로 개선하지 않는다면 다시 치질에 시달릴 수 있다. 섬유질이 풍부한 음식을 섭취해 배변을 원활하게 하고 변비, 설사가 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좌욕을 꾸준히 하면 수술 부위의 감염을 예방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항문 주변의 혈액순환을 원활하게 하여 항문 건강을 지키는 데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글 : 부천우리병원 외과 최현호 과장(외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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